자료원 매경ECONOMY(업계동향) 작성일 2002-03-07 조회수 132
대한생명 매각이 또 연기됐다. 당초 2월까지 매각할 예정 이었으나 인수 측이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해 끝내 무산됐다. 대한생명 인수를 놓고 최종까지 협상을 벌였던 곳은 한화그룹과 메트라이프생명이었다. 대한생명 매각이 연기됐지만 생보업계 지각 변동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론 업계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대한생명 매각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부실생보사로 지정된 대신과 한일생명이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은 대한생명과 중소 생보사다. 오히려 중소 생보사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은 대한생명보다 더 절실하다. 대한생명이야 정부 소유 생보사이기 때문에 망할 일은 없다. 이익을 내고 영업력이 탄력을 받고 있는 것만 봐도 고객들이 대한생명을 부실 생보사로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재무건전성 판단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잠깐용어 참조)이 50% 미만이라 해도 대한생명에 보험을 가입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중소 생보사다. 흥국생명을 비롯해 SK·금호·동양·동부·신한 ·럭키생명 등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흥국·금호·동양·동부·럭키생명 등은 더욱 조명을 받는다.
<> 무엇이 구조조정 피할 수 없게 하나
SK와 신한생명 등은 대주주가 튼튼하기 때문에 비록 영업력이 떨어진다 해도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은 있어 보이나, 흥국·금호·동양·동부·럭키생명은 상황이 다르다. 왜 이들 생보사가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일까. 부실 생보사인 대한·대신·한일생명을 제외하고 그 동안 조용했던 생보 업계 구조조정이 다시 태풍권에 휩싸일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3월부터 적용될 지급여력비율 산정 기준 강화이고, 두번째는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은행의 방카슈랑스(은행+보험 겸업) 업무 개시다.
먼저 지급여력비율 산정 기준 강화부터 짚어보자. 생보사 재무건전성 판단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의 산정 기준이 올 3월부터 강화된다. 책임준비금과 위험준비금을 쌓는 비율이 현행 37.5%에서 3월에 50%로 높아진다. 6개월마다 이 비율은 올라간다. 2004년 3월이면 모든 보험사(손해보험회사 포함)가 100%를 쌓아야 한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100%를 쌓게 되면 삼성생명도 지급여력비율이 현행 500%대에서 150%대로 떨어질 정도니 중소형 생보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고 예상한다. 2004년 3월까지 가지 않더라도 올 3월만 되면 지급여력비율 100%를 맞추지 못한 생보사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급여력 비율이 마이너스인 대신과 한일생명을 포함해 대한생명이 유일하게 100% 미만이다. 류건식 보험개발원 재무연구팀장은 “일부 생보사들은 지급여력 비율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고 전한다.
은행이 방카슈랑스 영업 체제를 갖추면 생보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한생명 한충섭 종합기획실장은 “중소형사보다 오히려 선발 대형사가 더 많은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은행이 창구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은 연금보험이나 종신보험 상품이 아닌 암보험이나 상해보험일 가능성이 높다. 상품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보험상품을 은행이 들고나올 게 뻔하다. 결국 중소형사보다 삼성·교보·대한생명과 같이 종합상품을 파는 쪽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생존 문제를 떠나서 대형 생보사들도 고민이다. 방카슈랑스는 은행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체제이기 때문에 대형생보사들은 마땅한 은행 파트너를 찾기가 힘들다. 은행은 중소 생보사를 자회사로 인수해 방카슈랑스 업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국민은행이 삼성생명을 계열사로 편입시키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삼성생명이 영업규모가 작은 서울은행과 손잡을 수도 없다. 결국 대형 생보사들은 전략적 제휴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급여력비율 산정 기준 강화와 방카슈랑스 도입 외에 금융시장 변화와 판매 방식 전환도 구조조정을 앞당기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금리 구조는 자산운용에서 역마진을 낳고 있고, 인터넷 마케팅 출현은 특화전략을 부채질한다. 한 보험 전문가는 “앞으로 1년 안에 4∼5개 생보사가 새 주인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한·대신·한일생명 외에 1∼2개가 더 M&A(인수합병)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외자 유치다. 흥국·동양·SK·동부생명 등이 외자유치에 매달리고 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외자유치를 위해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추진했던 흥국생명은 외자유치를 완전히 포기했다. 국내 독자 진출 문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외국사가 합작 형태를 선호할리 만무하다. 알리안츠생명은 제일생명을 인수했고, 대한생명도 외국 생보사 먹이감 대열에 올라 있다. 흥국생명도 인수 대상이었으나 대주주인 태광산업이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자 협상은 결렬됐다. 중소 생보사들은 외국사의 먹이감도 되지 못한다. 그만큼 탐나는 인수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자유치를 통해 회생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중소 생보사들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자생력을 찾거나 아예 은행의 방카슈랑스 파트너가 되는 길이다.
은행은 어떤 형태의 방카슈랑스를 꿈꿀까. 김장희 선임 연구위원(국민은행 경제연구원)은 이런 예상을 한다. “은행이 보험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형태의 방카슈랑스보다 전략적 제휴 형태를 선호할 것이다. 은행 -보험-증권-자산운용사의 영역도 없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머리- (상품개발)-팔다리(상품 판매)-자산운용으로 영역이 구분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생명도 비슷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하는 일은 상품개발과 영업전략이며 영업은 영업조직을 따로 떼어낸 독립 판매 법인이 맡고 자산운용은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에 맡긴다는 전략이다.
일부 중소 생보사는 전업 보험사를 꿈꾼다. 종합 금융상품 판매를 포기하고 아예 종신보험 영업만 한다는 생각이다. 손성동 수석연구원(삼성금 융연구소)은 “중소 생보사는 특화전략만이 살 길”이라 강조한다. 많은 중소 생보사가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특화전략을 펴자 종신보험 시장은 경쟁이 뜨겁다. 지급여력 부담이 작고 은행의 방카슈랑스 대상 상품도 아니기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이 앞다퉈 뛰어들기 때문이다. 이 분야 선발주자인 외국 보험사뿐 아니라 국내 보험사와도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어떤 생보사가 M&A 대상이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잠깐 용어>
·지급여력 : 각종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지급여력을 보유하게 할 목적으로 지급여력비율에 따라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판단 지표로 활용된다. 지급여력비율이 100% 이상이면 재무구조가 튼튼하고 100% 미만이면 재무구조가 나쁘다. 지급여력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책임준비금과 위험보험금이다. 우리나라는 EU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은 미국 RBC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